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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9

결혼이 의미 있는 이유를 생각함.(2023. 11. 11. 토) 10시 30분 KTX 14시 공군호텔 다혜 결혼식 18시 KTX 20시 강릉 같이 공부하면서 친해진 동생의 결혼식을 갔다. 양가의 아버지들께서 편지를 읽으셨다. 누군가의 부모님이 자녀에 대한 사랑을 드러낼 때 나의 부모님의 그것을 떠올리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편지를 읽기 시작하자 마음에 비밀의 문 같은 곳이 스르륵 열렸다. 생각이 비밀의 문으로 빨려들어가며 결혼식의 의미를 생각했다. 결혼식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가치 있고 소중한, 그러나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마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두 사람의 하나된 마음이 있다. 갓 태어난 생명을 보듬고 기억하는 마음이 있다. 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 있다. 자기 목숨보다도 소중한 존재가 있다. 함께 길을 걸어 온 마음들이 있다.. 2023. 11. 22.
지구에서 70%는 물 지구에서 70%는 물이다. 인간 몸에서 70%는 물이다. 단단한 빙하가 녹아 내린다. 인간의 무엇이 녹아 내리고 있을까 2023. 11. 20.
찬바람 샤워 찬물 샤워를 하면 도파민 수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찬물 샤워를 한다.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는 경험이다. 사흘 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오는데 바람이 매우 차게 불었다. 오들오들 떨며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여전한 오들거림으로 차를 몰아가며 일주일 전의 찬물 샤워가 생각이 났다. 겨울이어서 생찬물이었다. 물이 닿는 부분이 새파란 바다를 찾아 떠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접촉한 부위만 새로운 물질로 바뀌는 기분이라 참 묘했다. 오들오들 떨며 찬물을 끼얹었다. 고통을 참아냈다. '으아아ㅏ아아'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뭔가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개운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찬바람은 달랐다. 시리고 추운 것은 같은데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찬물은 이겨낼 수 있는 게임 같았다. 스스로 시련 속에 둔.. 2023. 11. 20.
도토리 나무 2020. 12. 30. 00:01 도토리 나무 매일 내가 지나가는 길에 우뚝 서 있는 도토리나무야. 항상 그 자리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가끔 너를 보며 마음 속으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웃어 보이면서 너희가 흔드는 가지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 너희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가을바람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구나. 아니.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보는 저 아이를 보고 웃음을 내어주고 있을지도, 또 어쩌면 웃음을 내어주면서 ’저 아이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구나‘하며 아쉬워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너와 나의 마음은 서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발그레한 수줍음을 닮아 있는 것 같아,.. 2023.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