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7 잠이란? 죽음은 생명의 불씨가 꺼진 상태이다. 불씨가 꺼진 생명의 육체는 땅으로 가라 앉는다. 그리고 서서히 썩으며 점차 땅으로 내려 앉고 결국 땅과 하나가 된다. 땅의 자양분이 된다. 그 자양분을 통해 새 생명이 피어난다. 죽음은 생명으로 전환된다. 인간에게 잠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 중에서 뇌의 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잠을 잘 때 우리 뇌는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들을 정리한다. 푹 자고 나면 우리의 뇌는 깔끔하고 정돈된 상태가 된다. 등을 끄고 잠을 자듯이, 자는 동안에 우리 몸 안에는 불이 꺼진 상태가 된다. 평소보다 고요하다. 우리의 뇌는 여기저기 퍼져 있는 쏟아지는 별빛들을 차분히 가라앉혀 차분한 반짝임의 상태로 전환시킨다. 매일 우리가 자는 동안 죽음은 .. 2024. 7. 8.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2024. 3. 18. 참회록 / 윤동주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2024. 3. 18.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나는 늘 세상이 아팠다 아프고 아파서 X-ray, MRI, 내시경 등등으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 내 안에서도 내 밖에서도 내게는, 나 하나가 너무 크단다 나 하나가 너무 무겁단다 나는 늘, 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잘못 아프고 잘못 앓았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대적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사랑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내 세상을 배반한 누가 없단다 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 2024. 3. 18. 이전 1 2 3 4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