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고전 시가
차례
1.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2. 장례식장에는 죽음의 길이 있다.
3. 작품 해설
4. 마무리, 고전 시는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평소에 죽음에 대해 얼만큼 생각하나요. 당신이 당장이라도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무섭거나 두려워하나요. 특이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 속에서 죽을까봐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즉, 우리는 삶 속에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습니다. '삶의 길'만을 보며 걷고 '죽음의 길'은 전혀 없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두려움을 느끼다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는 것은 '죽음'의 옷깃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부터는 '죽음의 길'눈앞에 나타나 점차 선명해지게 됩니다.
2. 장례식장에는 죽음의 길이 있다
그런데 죽음이 아주 멀리 있는데도 '죽음의 길'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죽음을 경험할 때입니다.
누군가의 장례식을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알던 사람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길'이 느껴집니다. 평소에 '죽음'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 순간에는 '죽음의 길'을 느끼게 됩니다. 눈 앞에 삶의 길과 죽음의 길이 모두 나타납니다. 이때 우리는 언뜻 두려움을 느낍니다. 두려움을 느끼며 영정 사진 앞에 섭니다. 사진을 보니 죽은 그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에게 애처로운 마음이 듭니다. 인사 절차를 마치고 거기서 만난 친척,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술을 한잔 걸칩니다. 그런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이 이제는 재가 되어 영정 사진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구나...삶이 참 허무하고 무상하다'.
이러한 경험에서 느끼는 정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길을 본 후
1) 내 정서: 두려움을 느낌
2) 너(죽은 이)에 대한 정서: 안타까움, 슬픔, 애처로움
3) 인간의 삶에 대한 정서: 무상함
정서는 '나, 너, 인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내 마음에서 시작하여 상대방, 그리고 우리의 삶 전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는 약 1000년 전의 노래인 <제망매가>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3. 작품 해설
1-2
이 노래는 누이의 죽음을 다룬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인 누이가 죽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죽음의 길'이 눈 앞에 나타납니다. '생사길은 여기에 있다.'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화자는 두려움을 느끼며 멈칫'하고, 머뭇거리게 됩니다.
3-4
이어서 죽은 누이를 생각해봅니다. "이만 갈게"와 같은 작별 인사도 못하고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참으로 불쌍합니다. 안타깝습니다.
5-8
한 부모 밑에서 함께 자랐는데도, 죽으니까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참 허무하다고 느낍니다.
9-10
이렇게 두렵고 안타깝고 허무하다고 느끼는 와중에 궁극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 나는 승려야. 도를 닦으면 언젠가 극락세계인 미타찰에서 만날 수 있을거야. 도를 닦으면서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겠어.' 종교적인 측면에서 극복 의지를 갖습니다.
4. 마무리, 고전 시는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인간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정서가 <제망매가>의 것과 현재의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지요. 인간은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은 인간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주 오래 전 인간의 구체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전시입니다. 이런 면에서 고전 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시를 통해 수백, 수천년 전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재 우리의 모습과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 확인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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