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시 , 좋은 글

옛 노트에서 / 장석남

by 내쉐샹 2021. 8. 9.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좋은 시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해바다 / 신경림  (0) 2023.12.1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0) 2023.12.15
길 / 신경림  (0) 2021.08.09
나무학교 / 문정희  (0) 2021.08.09
공부 / 김사인  (0) 2021.08.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