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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 서정홍

by 내쉐샹 2024. 3. 18.

나는

누가 나 대신
들녘에서 땅을 갈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땡볕에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도로에서 길을 닦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날마다 구수한 밥을 먹고
날마다 따뜻한 옷을 입고
날마다 편안하게 잠을 자고
날마다 길을 걸어갑니다.

누가 나 대신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때론 밤을 꼬박 새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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