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감상>-
시는 그 순간의 감정을 압축적인 방식으로 깊이있게 드러낸다. 이 시에서는 화자가 3월에 오는 눈을 보며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잘 그려냈고, 이는 내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3월에 내리는 눈. 이 눈은 화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이 눈을 보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동일한 눈이지만, 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즉, 동일한 바깥 세상을 보고있지만, 내면의 세상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눈, 누군가에게는 퇴근길을 어렵게하는 눈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별 의미없는 날씨의 하나일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바깥 세상의 눈이 내면 세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화자의 내면에서는 눈이 매우 특별하다.
화자는 3월에 오는 눈을 맞는다. 눈인지 비인지 모르겠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겨울이 가는 것, 눈을 당분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에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현재 오는 눈물에 젖는 어린 가지, 어린 뿌리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 막 돋아나는 작은 생명력에 감동이 느껴지고, 이 눈물을 맞고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지금 3월의 눈물도 그런 마음을 안고 어린 가지와 어린 뿌리를 적시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처럼 화자의 마음에 3월의 눈은 봄의 어린 가지와 뿌리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물이 되며 '잘자라렴'하고 속삭이는 대상이다. 즉, 화자의 내면의 세상에서 눈은 작은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인 것이다. 화자의 내면 세상에는 다른 사람보다 적어도 아름다운 대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3월의 눈'이다. 이런 화자의 마음 세상을 보면서 잠시 내 마음의 세상에 3월의 눈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 눈이 어린 가지와 뿌리에 닿으며 속삭이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내 마음의 세상에도 어리고 작은 생명력을 위하는 3월의 눈이, 그 따뜻한 마음이 스며온다.
2021. 2. 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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