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읽기/현대시3 하종오 - 동승 국철을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 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고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 2023. 11. 22.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 시는 그 순간의 감정을 압축적인 방식으로 깊이있게 드러낸다. 이 시에서는 화자가 3월에 오는 눈을 보며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잘 그려냈고, 이는 내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3월에 내리는 눈. 이 눈은 화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이 눈을 보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동일한 눈이지만, 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즉, 동일한 바깥 세상을 보고있지만, 내면의 세상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눈.. 2023. 7. 2. 시 읽는 방법: 배우는 것 X, 이해하는 것O (이육사-절정) '시'가 어떠하냐고 물어보면 대개 두 가지 대답을 듣는다. '짧다', '어렵다' 두 가지의 대답을 들으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어렵다'라는 말이 '아주 싫고 별로'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시는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을 담은 글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어려운 일을 일상에서 매우 잘 하고 있다. 가볍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즐거웠던 일이나 남친/여친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쁨'을 들어준다.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삶에 대한 고민이나, 친구 혹은 부모와의 문제 등과 같은 '슬픔'을 들어준다. 이렇게 우리는 평소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매우 어려운 일들을 해 나간다. .. 2021. 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