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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 좋은 글13

어느 날 문득 /정용철 #다양성, #이해, #존중 어느 날 문득 / 정용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잘 한다고 하는데 그는 내가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겸손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나를 교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그를 믿고 있는데 스는 자기가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사랑하고 있는데 그는 나의 사랑을 까마득히 모를 수도 있겠구나 ​나는 떠나기 위해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는 더 머물기 위해 애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벌써 잊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내 이름과 그의 이름이 다르듯 내 하루와 그의 하루가 다르듯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 2023. 12. 15.
동해바다 / 신경림 #성찰, #이해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2023. 12. 1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성찰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2023. 12. 15.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2021.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