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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 시7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2024. 3. 18.
참회록 / 윤동주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2024. 3. 18.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나는 늘 세상이 아팠다 아프고 아파서 X-ray, MRI, 내시경 등등으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 내 안에서도 내 밖에서도 내게는, 나 하나가 너무 크단다 나 하나가 너무 무겁단다 나는 늘, 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잘못 아프고 잘못 앓았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대적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사랑한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 나 말고 나만큼 내 세상을 배반한 누가 없단다 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 2024. 3. 18.
자화상 / 정연복 자화상 / 정연복 오십 중반 넘어 이따금 거울을 들여다본다 알 듯 모를 듯 낯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어쩐지 슬퍼 보이는 한 사람의 모습이 있다. 괜스레 밉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하는 홱 밀쳐버리고도 싶고 가만히 안아주고도 싶은 대체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어쩌면 인생은 내가 내게로 가는 길 거울 앞의 나 거울 속의 나의 만남 속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내가 나를 보듬고 사랑하는 일. 아직도 나는 갈 길 아득히 멀다 2024.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