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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 눈 (정리) 1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2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3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4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일단, 이 시의 배경은 '독재' 상황이다. 독재의 억압 속에서 자유와 저항을 노래한 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연에서 화자는 눈을 응시하고 있다... 눈이 살아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얗고, 순결하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떨어진다...마당으로 떨어진다...마당에 떨어진 눈, 살아있다! 2연에서 화자는 눈을 통해 .. 2020. 12. 17.
이성부 - 벼 (정리) 1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2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3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4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1. 대구를 통해 대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2. 의인화된 표현을 통해 대상의 속성을 나타낸다. 3. 대상의 생장과 수확 과정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다. 4. 각 연의 행 수를 동일하게 구성하여 구.. 2020. 12. 17.
백무산 - 나도 그들처럼 (정리) 1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2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3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4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5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6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7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8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ㄱ: 바람, 비, 별, 대지, 숲 / ㄴ: 계산, 측량, 해석, 부동산, 시계 1. 과거와.. 2020. 12. 17.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 (정리) 1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2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3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4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5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6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7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8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9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10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어느 날 밤, 밖에서 비가 내립니다. 그런 날이면 우리는 우수에 젖어.. 2020.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