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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나무 2020. 12. 30. 00:01 도토리 나무 매일 내가 지나가는 길에 우뚝 서 있는 도토리나무야. 항상 그 자리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가끔 너를 보며 마음 속으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웃어 보이면서 너희가 흔드는 가지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 너희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가을바람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구나. 아니.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보는 저 아이를 보고 웃음을 내어주고 있을지도, 또 어쩌면 웃음을 내어주면서 ’저 아이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구나‘하며 아쉬워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너와 나의 마음은 서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발그레한 수줍음을 닮아 있는 것 같아,.. 2023. 7. 2.
배우는 사람의 마음가짐 2021. 1. 5. 23:12 배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중요하다. 그 마음가짐에 따라 배움의 한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얼 배우며 살았나 생각해보니 삶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부는 물론이고 놀이마저도 배운다. 배운 이후에도 더 잘하기 위해서 배우고 또 배운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가끔 오만한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꽤 잘하지'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들때면, 누군가 내가 아는 얘기를 하거나, 그런 얘기를 어딘가에서 보거나 하면 '알고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 버린다. 이는 배움에 있어서 아주 위험한 상태이다. 왜냐하면 오만함으로 다른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되고,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도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은 두 가지의 마음을 담고 있어야 .. 2023. 7. 2.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 시는 그 순간의 감정을 압축적인 방식으로 깊이있게 드러낸다. 이 시에서는 화자가 3월에 오는 눈을 보며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잘 그려냈고, 이는 내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3월에 내리는 눈. 이 눈은 화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이 눈을 보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동일한 눈이지만, 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즉, 동일한 바깥 세상을 보고있지만, 내면의 세상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눈.. 2023. 7. 2.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2021. 8. 9.